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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허환일]나로호 발사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 이름 관리자
  • 작성일 2009-09-06
  • 조회 5522

스페이스클럽은 자국의 인공위성을 자국의 로켓으로 자국의 발사대에서 발사 성공한 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궤도에 진입시킨 러시아를 필두로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인도가 차례대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였다. 브라질과 북한은 우주발사체 발사에 연이어 실패했고 아직도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하고자 계속해서 하늘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특히, 첫 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3개국에 불과하여 첫 발사 성공률이 27%이니 그만큼 하늘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와 프랑스도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첫발사 도전 이전에 수차례의 로켓 시험발사와 실패경험을 극복하고 첫 번째 발사에서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한 것이니 빗장을 단단하게 잠근 하늘 문을 연다는 것은 가히 하늘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것이다.

2시간 동안만 허용되는 하늘 문(Launching Window)을 열고서 스페이스 클럽에 세계 10번째로 가입하려던 우리나라의 꿈은 일단 내년 5월께로 미뤄지게 되었다. 지난 25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온국민의 희망과 꿈을 안고 우주로 비상하던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2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로호가 대지를 박차고 힘차게 이륙에 성공하고 `나로호 발사성공' 이라는 낭보가 TV 화면에 떴을 때 국민이 보내 준 환호와 박수는 국민통합과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 축포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린 탓일까? 첫 발사 성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공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다는 공식발표에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ㆍ러공동조사위원회인 비행시험위원회의 밤샘 조사 결과 인공위성의 보호덮개인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만큼 우주개발기술은 99.9999%의 정밀도를 요구하여 단 0.0001%에 문제만 생겨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어려운 기술인 것이다. 지난 주에 우사인 볼트가 100m 달리기 9.58초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는데 초속으로 환산하면 1초에 10m 남짓 달린 것이다.

우사인 볼트보다 약 800 배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과학기술위성2호는 지구궤도를 돌 수 있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2호에 최종적으로 전달해 준 속도가 초속 6.2 km였다고 한다. 페어링이 제때 분리되지 않아 무게가 무겁게 되어 인공위성이 가속을 받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지구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의 80%만 성공한 셈이다.

나로호 발사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비행기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이ㆍ착륙시킬 수 있는 비행장과 비행기가 필요하듯이 우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발사장, 인공위성과 발사추진체인 로켓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에 나로호 발사를 통해 최첨단의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를 갖추고, 인공위성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으며, 발사추진체인 나로호의 상당부분을 국산화하게 되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나로호 발사는 내년 5월에 있을 나로호 2차 발사와 2018년 예정인 완전한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개발 성공에 대한 시험발사의 성격이자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도 우주개발의 아버지이자 후일 대통령이 되었던 압둘 칼람이 인도국민에 고마워했던, 실패 후 성공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이 필요한 때다. 그 인내심에 전문 연구인력과 관계자에 대한 격려와 지원을 더해 주자. 우사인 볼트도 걸음마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말자. 하늘문은 계속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로켓발사체험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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