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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영상레이더 위성 개발의 의의

  • 이름 금정훈
  • 작성일 2013-06-07
  • 조회 13894

2007년 12월 태안반도에서 벌어진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사고, 우리 관측 위성 아리랑 2호가 피해 촬영에 나섰지만 사고 해역의 짙은 구름 때문에 실패했다. 아리랑 2호 카메라는 해상도 1m로 꽤 관측수준이 높지만 날씨를 극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독일 테라싸-엑스(Terrasar-X)는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안해역을 촬영했다. 만약 우리가 테라싸-엑스 같은 위성이 있었더라면 기름 사고 직후부터 훨씬 더 빨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빛이 없는 밤, 또 아무리 흐린 날에도 우주에서 지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전천후 위성 테라싸-엑스의 놀라운 능력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테라싸-엑스와 같은 똑똑한 인공위성을 갖게 된다. 이름은 아리랑 5호, 수준으로 따지자면 테라싸-엑스와는 동급이다. 최고해상도 1m에 중량 1,400kg, 운영고도 지상 500km대 , 영상신호 주파수는 X-밴드 대역으로 두 위성은 거의 비슷하다.

 

테라싸-엑스와 아리랑 5호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중요할까? 바로 위성에 실리는 영상레이더인 SAR(Synthetic Aperture Radar) 때문이다. 그중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SAR 안테나는 긴 자 모양으로 600여개 작은 송수신 모듈들로 구성되며, 여기에서 방사된 전자기파에 의해 지상에서 반사된 신호를 수신하고 그 신호를 처리하여 지상의 영상을 얻는 것이다.

 

즉 아리랑 2호처럼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용 위성 카메라의 경우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같아서 빛이 없으면 찍을 수 없지만 SAR 위성은 전자기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날씨가 나빠도, 어두운 밤에도 촬영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다.

 

이처럼 주야 전천후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리랑 5호의 가장 큰 강점이다. 보통 구름 끼는 날이 60% 가량이니까 광학위성은 연속 촬영이 어렵다. 속된 말로 재수가 좋아야 지상의 모습을 찍을 수 있지만, SAR 위성은 끊김 없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변화, 예를 들어 화산이나 지진 등으로 인한 변화를 연속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한 밤 중 군대의 이동상황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장점은 위성의 간섭현상(Interferometric)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의 한 지역 혹은 건물 등을 각기 다른 시기에 관측한 2개의 SAR 데이터를 사용해 대상지의 변동, 특히 높낮이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SAR 안테나가 방사한 전자기파를 통해 대상지와 위성까지의 거리가 자동 분석되기 때문에 가능하며 mm단위의 미세한 변화까지 엿볼 수 있다. 이는 산사태나 화산, 도심지 침하 등의 재난 상황이 닥치기 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다.

 

바로 이같은 놀라운 능력 때문에 우주 강국들은 최근 SAR 위성에 몰두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7년 싸-루페(SAR-Lupe)라는 5기의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비롯해 테라싸-엑스와 탄뎀-엑스(TanDEM-X) 등을 보유중이고 이태리는 코스모 스카이메드(COSMO-Skymed)라는 4기의 SAR 위성군을 갖고 있다. 이태리는 이 4기의 위성을 통해 지난 해 쓰촨성의 지진 피해지역(남한 면적)을 2주 만에 다 촬영하고 재난 지도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이스라엘은 텍싸(TecSAR), 일본은 에이로스(AROS), 중국은 Yaogan, 캐나다는 레이더샛(radarsat) 1,2호를 보유중이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첩보위성인 광학용 KH-11, KH-12과 레이더용 라크로스 위성을 활용한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일이다. 해상도 10cm급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성별까지 우주에서 구별한다는 KH 위성군에다 라크로스 위성 4-5기를 이라크 상공에 투입해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었던 것이다.
 
다만 SAR 위성도 약점은 있다. 빛을 이용해 촬영하는 광학위성에 비해 선명도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것인데, 따라서 광학 위성과 SAR 위성이 서로 짝을 이룰 경우 언제, 어디서든 아주 선명한 위성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본도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현재 SAR 위성과 광학 위성(IGS)으로 이뤄진 2조의 첩보위성군을 발사해 한반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SAR 위성인 아리랑 5호는 올해 8월말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드네프르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아리랑 5호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 종류의 관측위성을 보유하게 되는 세계 몇 안되는 국가가 된다.

 

대한민국의 우주독립국과 인공위성분야의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가슴 벅찬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SAR 영상 vs. 광학 영상, 인천공항)

 

 

※ 이 글은 아래의 저서를 인용하였습니다.
   출처 : ‘빅브라더를 향한 우주전쟁’, TJB 보도국 과학기자 강진원 저

 

 


작성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금정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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