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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국의 조종사 부족 현상

  • 이름 황인성
  • 작성일 2014-06-20
  • 조회 11071

미국 연방감사원(US General Accounting Office, GAO)은 미국 내 민간항공사의 조종사가 부족한지에 대해 아직 파악 전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조종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인 전미조종사협회(Airline Pilots Association, APA)는 조종사 부족현상은 없다고 말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지방항공사협회(Regional Airline Association, RAA)는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미시시피주의 투펠로, 위스콘신주의 데블스레이크, 노스다코타주와 같은 지역을 예로 들며, 조종사 부족 현상이 머지않아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리퍼블릭항공은 아메리칸에어라인, 유나이티드에어라인과 코드쉐어를 통해 운항하던 40인승급 EMB-140 기종 27대를 중단시켰다. 이는 지난 해 8월부터 의무화된 1,500시간의 비행교육 규정과 자체 기준을 만족하는 조종사가 부족해짐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리퍼블릭항공의 경영진은 운항재개를 위해서는 800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이트레이크항공은 조종사 수요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19인승 Beech 1900 기종을 9인승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규정에 의하면, 이를 통해 1명의 조종사로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와이오밍주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트레이크항공은 운항 도시를 17개로 줄인 뒤, 기체 개조를 통해 회복을 노리고 있으나, 보유 항공기 28대 가운데 11대를 운항 중단시킬 예정이다.

 

플로리다 기반의 실버항공은 지난 2월, 뉴욕, 펜실베니아, 웨스트버지니아의 5개 도시 운항을 중단시켰다. 이어서 지난 4월에는 알라바마와 미시시피의 5개 도시를 추가로 운항 중단 명단에 포함시켰다. 실버항공의 CEO는 강화된 조종사 채용 요구조건이 리저널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현상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시키는데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의 대변인은 클리블랜드의 홉킨스 국제공항을 허브공항에서 제외하며, 리저널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현상을 언급했다. 리저널 항공사는 40개 이상의 도시로 직항하는 노선을 폐지하였고,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의 항공기 이륙을 199편에서 72편으로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2010년 유나이티드에어라인과 합병한 콘티넨털에어라인으로부터 시작된 클리블랜드 공항의 공동화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여행자들은 높은 항공권 가격과 목적지까지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그림] 조종사 부족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FAA의 1,500시간 의무교육 규정

 

미 의회 위원회의 관계자는 조종사 부족 위기가 리저널 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사, 나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리저널 항공사는 미국 내 공항의 정기운항 가운데 70%, 전체적으로는 86%에 이르는 항공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허브 공항도 리저널 항공사가 지배적인데,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항의 경우 66%를 리저널 항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항공 서비스에 있어서 연쇄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저널 항공사가 신규 조종사를 충원하지 못하면, 대형 항공사의 조종사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GAO 리포트에 의하면 2007년 이후 소형 공항은 비행편수 20.5%가 감소하였고, 중형 공항은 23.9%, 대형 공항은 9.1%가 줄었다. 이는 총 좌석수 8만석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플라이트패스 이코노믹스의 컨설턴트는 239개에 이르는 공항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종사 부족 현상은 안정적인 항공운송산업과 이에 기반 한 경제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 향후 10년간 1만 명 정도의 조종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해 항공운송산업에서 260억 달러의 매출 감소, 국가적으로 연간 500~1,300억 달러의 경제활동 축소가 예측되며, 이는 911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친 파급력과 유사한 규모이다.

 

RAA 대표 로저 코헨은 항공 서비스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충족할 조종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FAA의 1,500시간 규정을 지목하며, 이로 인해 조종사 지원자 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헨은 그가 항공 산업에 종사한 지난 40년 동안 몇 차례 조종사 부족 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고 전했다. 일반인에게 있어서 조종사 부족 현상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다소 생소한 일이다.

 

GAO 리포트는 조종사 부족 현상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RAA 회의에서 GAO 리포트가 911 사태로 인한 조종사 연봉과 노동 시장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음이 지적되었다.

 

코헨은 조종사 부족 현상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며, 생각보다 빨리, 중요한 문제로 나타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존에는 외부적인 요인, 즉 경제 불황, 연료비 상승, 911 사태, SARS 등과 같은 원인으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완화되었다. 

 

리저널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 현상은 2007년부터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수의 항공사가 서비스 감축을 시작했지만, 2008년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FAA가 조종사 은퇴 연령을 65 세로 연장한 것이 조종사 부족 현상을 다소 지연시켰다. 그러나 65세에 이른 조종사들이 은퇴하기 시작했고, 경제 불황 여파가 줄어들면서 항공 시장이 다소 증가세에 있다. 

 

FAA의 1,500시간 규정은 이미 졸업했어야 할 조종사 후보자들에게 추가로 12~18개월의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비용 지출을 의미하며, 조종사에 지원하기 꺼려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해 한 연구에 의하면, 40%에 이르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했는데, 이 가운데 9%는 완전히 그만두었고, 나머지는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러한 학업 중단에 의한 연속성 결여로 1,500시간을 채웠더라도 민항기 조종사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자회사인 엔보이 항공의 CEO는 학생들이 실제 민항기 조종 환경과 동떨어진 교육을 이수하여 실전에 투입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민간 조종사 5만명을 대표하는 단체인 북미민간조종사협회 (Air Line Pilots Association, ALPA)는 조종사 부족 현상보다 리저널 항공사 조종사의 열악한 임금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피드몬트 항공의 CEO는 이를 반박하고 있다. 50명을 신규 채용하고자 하였으나 28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신입직원 최고 수준인 3만달러의 연봉과 별도의 사이닝 보너스 5천달러를 제시했음에도 적절한 조종사를 채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버 항공은 최근 사이닝 보너스를 두 배로 올려 12,0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리저널 항공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대형 항공사들도 조종사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델타 항공,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은 모두 일시 해고되었거나 휴가 중인 조종사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그들이 대우가 좋기 때문에 조종사 부족이 심각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항공사는 리저널 항공사의 숙련된 조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헨은 향후 수년 내에 18,0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리저널 항공사 전체보다 많은 규모라고 말했다.

 

FAA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더욱 숙련된 조종사를 공급하고자 제정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유연한 대처를 할 것임을 밝혔다. 관련 규정을 담당하는 FAA의 AFS-280 부서는 항공사, 학계, 훈련기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그룹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FAA의 1,500시간 규정은 2년제 대학 과정 졸업자 1,250시간, 4년제 대학 과정 졸업자 1,000시간, 군 이수자 750시간으로 예외를 두고 있다. RAA는 이를 더 확대하여 항공사가 지원하는 특정 프로그램 이수자와 시뮬레이터를 통한 비행교육에 대해서도 최대 100시간까지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FAA의 과거 규정과 마찬가지로 250시간만을 이수하면 되는 MPL (Multi-crew Pilot License)은 현재로서는 FAA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많다. 세계적으로 MPL을 통해 1,000 명 가량의 신규 조종사가 라이센스를 획득하였다. ICAO의 관계자는 MPL 보유 조종사가 전통적인 방식의 라이센스를 획득한 조종사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아래의 링크 기사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참조: http://www.flightglobal.com/news/articles/analysis-the-truth-about-the-us-pilots-shortage-400009/

 

 

 

작성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인성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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