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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헬기를 이용한 조난자 구조의 위험성

  • 이름 박중용
  • 작성일 2013-06-07
  • 조회 9294

지난 5월 28일 KAIST가 주관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후원한 “헬리콥터 사고현황 분석과 예방 방안 세미나”가 KAIST에서 개최되었다. KAIST, 항공기상청, 교통안전공단, 소방방재청, 그리고 미8군 항공처에서 헬기 사고 관련 주제를 대상으로 발표를 하였고, 산/학/연/관의 관련자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세미나에서 헬기의 주 사고 원인은 인간의 실수이며 다음으로 엔진 고장, 기계 고장, 기상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고 교통안전공단의 이강준 박사가 발표하였다. 또한 헬기는 고정익기에 비해 사고율이 높은데 헬기가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험한 운용환경에서 주로 비행하며, 시각에 의존하는 비행이 많고, 조종실 환경이 소음과 진동이 심해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헬기의 아버지격인 Sikorsky는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을 때 고정익기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수직이착륙기, 즉 헬기는 그 사람을 구조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한 적 있다. 
"If a man is in need of rescue, an airplane can come in and throw flowers on him, and that's just about all. But a direct lift aircraft could come in and save his life."
헬기의 다양한 활용성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명구조이며, 대부분의 인명구조 상황은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험한 운용환경이다.

 

이번에 호주의 교통안전국(Australian Transport Safety Bureau :  ATSB)은 폭포에서 조난자를 구조하다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보고서를 발행했다. 헬기의 운용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지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판단되어 소개한다.

2011년 12월 24일 호주의 Budderoo 국립공원에 있는 Bridal Veil 폭포 근처에서 조난 신고가 들어왔다. 두 명의 등반가가 암벽을 오르다가 한 명이 폭포 밑으로 추락하자 나머지 한 명이 개인위치추적비콘(personal locator beacon : PLB)을 이용해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조난 신호를 접수한 호주 구조 센터(Rescue Coordination Center of Australia : RCC)는 사고 지역에서 약 16km 떨어진 New South Wales의 Bankstown 공항에 대기 중이던 AgustaWestland사의 AW139 헬기를 출동시켰다.

 

AW139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추락한 등반가는 부상을 당한 채 폭포 밑 튀어나온 암벽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구조 방법인 권양기를 이용해 직접 부상자를 인양하기에는 지형과 수풀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즉, 아래 그림과 같이 두 명의 구조대를 우선 폭포 위쪽에 내린 후 한 명의 구조대가 다시 폭포 밑으로 내려가 부상자와 함께 헬기에 의해 인양되는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인양되면서 부상자와 구조대가 진자운동에 의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화 로프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조난 당시 구조 개념, 출처 : ATSB 보고서>

 

계획대로 구조에 착수할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 헬기 조종사는 부상자와 함께 있던 구조대로부터 인양 준비가 되었다는 수신호를 받고 헬기를 약 9m 정도 상승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조가 순조롭다고 생각했으나 갑자기 안정화 로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부상자와 구조대는 폭포 아래 쪽 튀어나온 암벽 쪽으로 추락했다. 결국 이 사고로 구조대원이 사망했다.   

 

ATSB는 보고서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조명, 헬기의 위치, 변경하여 채택한 구조 절차, 그리고 불완전한 훈련을 들었으며 New South Wales의 응급구조 서비스와 헬기 운용자의 조직 문제도 덧붙였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를 완수하기 위해 기존 구조 절차를 변경하게 되면 잠재된 위험 요인을 식별하거나 리스크를 관리하기 몹시 힘들어지고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한 모두 고려하여 구조 절차를 수립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못 했던 환경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 헬기는 구조를 목적으로 비행하므로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포기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 구조를 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헬기를 개발하는 헬기 제작사는 험한 운용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헬기의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안전성 향상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이와 동시에 헬기 운용자들도 인명구조, 산불진화 등 위험한 임무 수행 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앞으로도 헬기 제작사와 운용사는 꾸준한 기술과 절차 개발을 통해 헬기의 사고율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참고 :
1. 헬리콥터 사고현황 분석과 예방 방안 세미나, 한국과학기술원, 2013. 05. 23
2. Paramedic Dragged on Rocks in Australian Waterfall Rescue Attempt, rotor&wing, May 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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