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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영국의 우주정책과 정치

  • 이름 신상우
  • 작성일 2016-06-06
  • 조회 9341

  2016년 1월 14일, 영국 국회의사당 하원(House of Common)에서는 우주정책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마침 다음날(1월 15일)은 영국인 우주비행사 팀 피크(Tim Peake)소령이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선외활동(extra-vehicular activity)을 계획하고 있었다. ISS 활동에 영국의 참여는 영국정부가 최근 계획한 우주정책의 일부분이고 팀 피크의 ISS 여정이 ‘국가적 행사’이기 때문에,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우주정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2시간 30분간의 우주정책 토론은 몇 가지 이유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첫째, 앞서 언급하였듯이, 팀 피크의 영국인 최초 선외활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SF 드라마 스타트랙의 배우 윌리암 샤트너(William Shatner)가 의회에 전달한 친선메시지가 화제가 되었다. 그는 “우주는 마지막 미개척 영역 중 하나”이며, 의회의 토론에서 “스타트랙의 근본 방향인 우주탐험의 보편적이고 평화적인 공유 정신”을 당부하였다. 메시지를 낭독한 의원은 “우리가 오래토록 번영하기를(live long and prosper)”라하며 스타트랙의 불칸족 인사로 유머스럽게 마무리하였다.

<그림은 첨부파일 참고>
  의회의 토론주제에 ‘우주정책’이 상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사실상 영국 의회의 첫 번째 우주정책 토론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우주정책 의제 상정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Scottish National Party)’ 의원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SNP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여 의회에 상정하였고, 그들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왜 SNP는 우주정책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의제에 상정하였을까?
  이번 우주정책 의제는 SNP의 필리파 위포드(Phillippa Whitford) 의원이 주도하여 상정하였다. 비록 토론은 영국의 우주정책에 대해 폭넓게 논의되었지만, SNP 의원들은 영국 첫 번째 우주공항(spaceport)의 입지선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였다. 영국은 ‘Space innovation and growth strategy 2014-2030’에서 2018년까지 우주여행을 위한 공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Virgin Galactic과 XCor 같은 민간 우주항공분야 기업에게 우주관광산업을 개방하여 미래기술을 영국 전역에 파급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올해 초 8개 후보지역이 발표되었고, 연말까지 최종지역이 선정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가 제시한 기준(혼잡하지 않은 비행경로와 인구밀도가 낮은 해안가 지역)에 충족하는 경쟁지역은 스코틀랜드의 프레스트윅(Prestwick) 공항과 남쪽 콘월의 뉴퀘이(Newquay) 공항이다.

  SNP가 우주정책 토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난 총선에서 SNP는 의석수를 6석에서 56석으로 늘려 원내 3당의 지위에 올랐다. 스코틀랜드라는 탄탄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SNP의 정책은 지역적인 발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주정책도 지역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인다. 둘째, 영국 우주법(1986년 제정)은 외기권 활동관련 규정을 의회에 일임하고 있다. SNP는 영국 이슈를 결정하는 의회에서 스코틀랜드 목소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은 첨부파일 참고>
  이러한 맥락에서, SNP 위포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에어셔(central ayrshire)의 글라스고(Glasgow) 프레스트윅(Prestwick) 공항에 우주공항 유치를 주장하였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최대의 도시인 글래스고 도심에서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주공항 활주로에 적합한 3km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글라스고 지역의 우주기술 역량이 높은 글라스고 대학(University of Glasgow)과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University of Strathclyde)의 접근성을 장점으로 뽑았다.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 우주연구소는 위성활용 분야에 높은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글라스고 대학은 ESA의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레이저 간섭계 우주안테나) 프로젝트’에 핵심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즉, 이번 토론은 명시적으로 영국 우주정책에 대한 토론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스코틀랜드를 상업적 우주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려는데 있었다. 다른 후보지역의 의원들도 토론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SNP 의원들의 전략적 의사진행에 힘을 얻지 못했다. 요약하면, SNP는 의회의 토론을 활용하여 영국 우주정책의 큰 방향에 ‘스코틀랜드’의 경쟁우위를 각인시킨 셈이다.
  이 글은 영국의 SNP가 어떻게 웨스트민스터 의회정치에서 스코틀랜드의 목소리를 더욱 크고 선명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원내 3당인 SNP가 어떻게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가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가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성이 높은 우주정책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하여, 정치는 “국가자원배분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주산업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정치가 우주정책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끝>

 

※ 이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http://researchbriefings.parliament.uk/ResearchBriefing/Summary/CDP-2016-0010
https://www.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444918/_SPACE-IGS_report-web-JJF-V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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