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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Earth 2.0? NASA의 성과 부풀리기는 이제 그만~!

  • 이름 권희석
  • 작성일 2015-09-10
  • 조회 7799

“여기 또 하나의 지구가 있습니다. 네, 완전히 새로운 행성이죠. 물론 몇 가지 유보 조건이 있습니다. 대기가 어떠한지 전혀 알 수 없으며, 기온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지질이나 해양에 대해서 묻지 마십시오.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드릴 게 전혀 없습니다.”

 

 

 

이 얘기는 금년 7월 NASA가 우리 지구와 닮은 꼴 행성인 Kepler 452b를 발견했다고 발표하자 나온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이 새로운 행성을 Earth 2.0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이 행성의 생명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한 유력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이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여부는 고사하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 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설명을 듣고 여성 진행자가 황당해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러한 얘기는 최근에 발견된 태양계 밖의 다른 행성에 대해서 너무나도 자주 반복돼왔다. 화성 탐사 역시 마찬가지다. NASA가 경이로운 과학적 업적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경우도 있다.


세상은 녹녹치 않다. 투자에 대해서는 회수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대의 수익을 얻는 자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렇지 않은 자는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과학은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NASA 넘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혹 이들은 과학적 사기극 (scientific fraud)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NASA의 과학적 성과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NASA는 지속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장된 발표로 인해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이번 일로 해서 NASA가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언론은 NASA의 과장 발표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 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 뉴스 기사는 돌고 돈다. 어제 의 거창했던 얘기는 잊혀진다. 그러나 NASA의 선전이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면 결국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일게 될 것이 분명하다.


NASA는 그렇게도 많은 태양계 외부 행성이 지구와 닮았다고 선전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지구와 닮았다는 말은 천문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금성이 크기가 작고 암석으로 되어있어 여러 면에서 지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제2의 지구처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슷한 경우로, 지금은 우리 모두 화성에 얼음이 있으며 과거에 물이 흘렀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해주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일부 지하에서는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까지 있다. 따라서 NASA는 이에 관한 추가적인 증거를 발견할 때 마다 매번 이룰 획기적인 사건 (breakthrough)으로 광고하는 일을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1996년 ALH84001 운석 논쟁 때부터 지겹게 들어온 “화성에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말 또한 이제는 삼가 했으면 한다.


우리는 화성에도 인간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 하지만 현재 NASA는 사람을 지구궤도에 보낼 수 있는 우주선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수년 내에는 NASA나 다른 우주기관의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낼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도 NASA는 화성 유인우주프로그램을 (최초의 Orion 캡슐 실험을 둘러싼 허풍을 포함해서) 줄기차게 언급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허황된 희망만을 심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언젠가는 화성에 가겠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존재할 수 없는 프로그램에 대해 너무나 말들이 무성하다.


앞으로는 언론도 NASA의 PR 문구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바로 삼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편집자가 과학에 문외한일지라도 NASA의 홍보정책 (spin doctoring)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과학 매체들은 이미 오랜 전부터 냉소주의에 물들었으며, 이는 더욱 더 확산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들도 NASA가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고, 이렇게 우호세력을 잃게 되면 NASA로서는 그 간의 신뢰와 지지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실적을 내고 있는 모든 기관들이 그렇겠지만, NASA 또한 자신의 성과를 알릴 권리와의무가 있다. 정부기관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NASA에서는 수 없이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진실과 발견된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NASA가 위업을 홍보하더라도 아무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2015년 8월 5일자 SpaceDaily 인터넷 신문에 실린 “Overselling NASA” 비평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http://www.spacedaily.com/reports/Overselling_NASA_999.html, accessed on 8.7.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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