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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는 우리 고유 모델이다

  • 이름 황진영
  • 작성일 2013-02-14
  • 조회 6996

※ 아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책임연구원이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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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가 지난달 30일 굉음을 뿜고 우리주로 박차고 올라갔다. 나로호는 아름답게 하늘로 치솟았고, 하루에 2~3차례 지상국과 교신하고 있다. 2번의 실패, 2번의 연기 끝에 거둔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새로운 역사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했다. 구소련과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에 이어 자국의 발사체로 자국의 영토에서 자국의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한 나라의 반열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위성개발 능력도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스페이스클럽 가입국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부 언론과 소수의 전문가들이 나로호에 대해 러시아의 발사체가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성과에 대해 스스로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나친 자기 폄하가 우리 능력과 자부심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국민과 청소년들이 우리 국력과 과학기술 능력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로호 개발사업은 대한민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이다. 100kg급 위성을 우리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기 위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개발 사업이다. 나로호 개발은 러시아와의 공동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1단은 러시아가 개발하고, 2단은 한국이 개발하되, 전체 시스템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나로호 전체 시스템은 한국의 고유모델이다.

 

전 세계의 어느 나라도, 심지어 러시아도 나로호를 부정할 수 없다. 러시아의 1단도, 한국의 2단도 이전에는 사용된 바 없는 새로운 엔진시스템이다. 물론 우리의 2단 엔진은 우리의 다른 우주발사체 사업에 사용될 수 있으며, 러시아의 1단 엔진은 러시아의 다른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다만 '나로호'는 우리의 목적에 따라 개발된 우리의 사업이고, 우리가 기술적으로 열위에 있던 관계로 우리가 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전체 시스템 개발,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장 지상시스템 및 관제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러시아 기술이전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가 양국의 명예를 걸고 협력 개발한 대표적 사업이나, 러시아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나로호 사업에 참여한 협력 파트너일 뿐이고 나로호의 개발 주체는 '대한민국'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첫 국산자동차 '포니'는 독일 폭스바겐을 디자인했던 이탈리아 만토마니가 디자인했다. 엔진과 섀시는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도입했다. 공장건설을 위한 책임자도 영국 레이랜드 자동차사의 헨리 턴불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개발했다. 현대가 자체개발한 국산 엔진을 탑재한 '엑센트'를 개발한 것은 20여년이 경과한 1994년이었다. 일본이 1975년에 첫 개발한 액체추진 우주발사체인 N-1은 미국 델타로켓(액체)의 1단 엔진과 3단 엔진을 완제품으로 직수입하고 2단 엔진만 자체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포니나 일본 N-1 발사체를 외국제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나로호를 뒤로하고 한국형발사체에 집중할 때다. 그간 나로호와 병행해 30t급 엔진의 자체 개발기술도 축적했다. 불필요한 논쟁과 자기 폄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나로호 개발 경험과 30t급 엔진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75t급 엔진 개발을 포함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완성해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발전하는 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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