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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30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7-12-20
  • 조회 10840

어느새 러시아에서 받는 훈련도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하고 흡사 지난 3월 입소식을 하고 훈련이 시작되었을 때와 비슷한 풍경을 접하게 되니 벌써 같은 계절이 다시 돌아오게 된 것에 문득문득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매번 비슷한 일과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훈련의 내용도 예외는 아닙니다. 초반에는 러시아어 수업이 날마다 4시간씩이었고, 우주선 시스템에 관련된 훈련의 경우도 이론 수업이 상당히 많았었던 것에 반해, 최근의 훈련일정에는 러시아어는 4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그리고 우주선 시스템에 관련된 훈련도, 실제 우주선 모형에 들어가서 실습하는 시간이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특히나 최근 받게 된 소유즈 탑승 데이터 파일(Soyuz on-board data file)에 관련된 훈련의 경우에는, 소유즈에 탑승해서 발사부터 귀환까지를 전부 체험해볼 수 있는 훈련이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영어와 러시아어로 함께 써진 국제우주정거장 데이터 파일과는 다르게 러시아에서 제작해서 발사되는 소유즈 우주선의 데이터 파일은 전부 러시아어로 작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1년간의 짧은 훈련기간 탓에 소유즈 우주선의 운행 조정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서 전체 소유즈 탑승 데이터 파일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탑승 데이터 파일에는 처음 발사를 위해 우주선에 탑승하는 과정부터 순간순간 우주인들이 수행해야 하는 모든 임무가 상세하게 써져 있는 일종의 우주 비행 편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행 동안 대부분의 임무가 우주선 운행 조정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운행 조정에 대해서 자세한 이론을 알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실습이 시작되고,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버튼을 눌러보면서 과정 설명을 듣기 시작하니 이론 수업을 받을 때의 안개가 살짝 걷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발사 때의 엔진 소리, 그리고 대기권을 벗어나서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의 모습, 착륙 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엔진 소리까지 모두 모사가 되는 소유즈 모형 안에서 실습을 하다 보니, &lsquo우주선을 타고 지구 바깥으로 나가면 이런 광경을 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우주와 가까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주선은 물론이고, 우주인을 태워 보내기 위한 훈련 과정과 우주선 모형들을 제작한 러시아의 우주기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운행 조정에 대한 교육이 추가되어, 2시간의 이론 교육과 4시간의 실습 교육이 있어서 탑승 데이터 파일 훈련 중 운행 조정관련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담당교관은 나이가 지긋한 분으로, 운행 조정에 대해서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습 시간이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은 소유즈 우주선의 방향을 바꾸고 자세를 정렬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조정기구를 잡고 양쪽 옆 창과 앞창으로 지구를 보면서 직접 조정을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좋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과도 비슷했고, 한편으로는 직접 우주에 나가 이렇게 우주선을 조종하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실습 시간은 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중간 중간 우주선 모형 바깥으로 나와서 쉴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4시간가량을 좁은 소유즈 모형 내에 앉아서 진행하게 되는 실습의 경우에는 엉덩이, 허리가 아프고 피곤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주에 올라가게 될 때는 지금처럼 편한 복장이 아닌 우주복을 입은 채로 좁은 공간에 더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고, 모형에 있는 문도 없이 완전히 닫힌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어려움과는 비교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훈련이 계속 될수록 조금씩 조금씩 우주와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훈련 과정도 우주 비행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는 러시아 우주인들의 말을 이제야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우주와 가까워져 가면 언젠가는 우주에 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 정말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면 우주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 속담도 있잖아요.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Ближе, чуть по ближе! (블리줴, 츄쯔 빠 블리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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