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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29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7-12-12
  • 조회 10694

 훈련일기(고산)

나의 우주인 도전기

스타시티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다 보면 여러 나라의 우주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러시아 우주인들뿐만 아니라, NASA(미국 항공우주국), ESA(유럽 우주기구), JAXA(일본 항공우주국) 등 다양한 국적의 우주인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한 번씩 물어보는 것이 있다. "우주인이 당신의 오래된 꿈인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다.

지난여름 흑해에서 해양 생존훈련을 함께 받았던 미국 우주인 &lsquo니콜&rsquo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비행기를 접하면서 늘 하늘과 우주를 동경해 왔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경비행기를 조립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차고에서 비행기를 조립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접 경비행기를 조종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항공 우주 분야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NASA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있는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여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되었다.
우리 숙소 바로 옆 건물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러시아 우주인 &lsquo알례그&rsquo는 자신이 우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에는 우주인들을 매우 싫어했었다고 한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 무렵의 소년 시절을 로켓 발사대가 있는 &lsquo바이코누르&rsquo 에서 보냈다.
그 당시 소련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국의 우주인들뿐 아니라 다른 공산권 국가의 우주인들도 우주선에 함께 탑승시켰는데, 우주선의 발사가 있는 날이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돼서 해당 국가와 소련의 국기를 함께 흔들며 우주인을 환송해야 했다고 한다.
물론, 늘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는 &lsquo알례그&rsquo의 성격을 감안해 보면 "추운 날 시린 손으로 국기를 흔들면서 우주인들을 많이 미워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우주인이 되어서 초등학생들을 괴롭히게 되었다."는 말도 농담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하다.
가끔 이렇게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우주인들은 역시 &lsquo니콜&rsquo과 비슷하게 아주 어릴 적부터 우주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마음속에 간직해 온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는 발사대 근처에 살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로켓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우주인에 대한 꿈을 키운 사람도 있고, 어렸을 적 우연히 우주인을 만났던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스스로 우주인의 꿈을 이룬 이도 있다.
이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심지어 &lsquo알례그&rsquo의 농담 같은 대답을 들을 때조차 나는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그들에게서 발견한다.
어릴 적, 밤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면서 그곳에 두발을 딛고 선 사람이 있었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에 새삼스레 혼자 흥분하기도 하고,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우주왕복선의 발사 장면을 보면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장관에 감탄하기도 했었지만, 내게는 여전히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lsquo다른 나라 이야기&rsquo로만 느껴졌었고 우리나라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우주인을 배출하는 일은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무모한 꿈을 꾸어도 좋을 소년 시절, 넋을 잃고 우주선의 발사 장면을 바라보면서도 내가 저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우주인이란 &lsquo외계인&rsquo만큼이나 먼 존재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와 같은 이유로, 다른 우주인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기면 가끔씩 그런 질문을 던져 보게 되는 듯싶다. 과연 어린 시절부터 아주 오랫동안 가슴속에 우주인이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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