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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26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7-11-21
  • 조회 11070

 

훈련일기 (이소연)

내몸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 찍어내기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치수를 재 본 경험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치수를 쟀던 곳이나, 재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입학 전, 교복을 맞출 때나 지난 12월 25일 최종 우주인 선발 발표를 앞두고 의상을 맞출 때나, 키,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 등의 몇 가지 치수만으로도 내 몸에 꼭 맞는 교복과 의상을 제작하는 데는 충분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단 한번도 의자 제작을 위해서 몸의 치수를 재본 적은 없었으며,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서도, 내 몸의 치수가 필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주복과 소유즈 우주선에 놓일 의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와는 달리 너무나 꼼꼼한 치수측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 과정의 중요성은 일정표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일정의 거의 모든 시간이 우주복과 소유즈 우주선내의 의자 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8시 숙소 앞에서 우주복 담당 교관, 통역장교를 만나 치수 측정을 할 곳인 <즈베즈다 (Звезда 별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우주 관련 물품을 제작하는 러시아 회사)>로 향했습니다. 즈베즈다는 버스가 별의 도시를 떠나 약 1시간쯤 모스크바 외곽의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작은 도시 <타밀리노 (Томилино)>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가을이 한창인 모스크바 외곽을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가을맞이 단풍놀이를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즈베즈다 입구에서 만난 치수 측정 담당자는 역시나 연륜이 느껴지는 분이었고, 인사를 하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살짝 당황해서 주춤했더니 오늘은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처음 입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과정을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수를 재기 위한 곳으로 들어가자, 석고로 몸을 3번 정도 떠야 하고 그 동안 온몸이 젖게 된다고 하면서 옷을 건네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버스에서 우주복 담당 교관이 사이클 할 때 입는 옷과 비슷한, 몸에 달라붙는 모자가 달린 흰색 속옷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갈아입기 위해 받아 들고 보니, 그 설명과 완전히 일치하는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완전히 젖기 때문에 속옷도 먼저 바꿔 입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준 속옷을 받아 들고는 너무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다름 아니라 남성용 속옷이었습니다. 아무 말을 못하고 물끄러미 옷을 건네준 여자분을 쳐다보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남성용밖에 없으니까 그냥 이 속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습니다.
일단 먼저 한번 해보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제가 입고 간 속옷을 입은 채로 하얀 사이클 복을 입고, 치수 측정 준비를 했습니다.

키를 잰 후에, 투명한 플라스틱 기구 위에 올라가 누워서 부분, 부분 치수를 측정했습니다. 정확히 신체와 기구가 닿는 부분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구 아래쪽으로 들어가서 측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세와 기구로 측정을 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모든 과정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기본 치수 측정이 끝나자 바로 옆방으로 옮겨갔습니다.

어찌보면 어린아이 목욕통 같이 생긴 통 안으로 들어가서 소유즈 내에서와 같은 자세로 눕게 되면 몸 주변으로 액상의 석고를 채워서 모양을 떠내는 것이었는데, 한번에 전체를 다 뜨는 것이 아니라 상반신 한번, 하반신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다듬고 보완하기 위한 과정, 이렇게 3번이었습니다. 그리고 형틀이 굳어진 뒤 일어나는 동안 만들어진 형틀이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정에 달려있는 크레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게 된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이토록 공감하게 된 적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옷을 건네줄 때, 온몸이 완전히 젖게 되니까 속옷도 미리 갈아입어 두라고 준 남성용 속옷에 워낙 놀래서 그냥 입고간 속옷을 입고 첫번째 석고틀을 진행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몸이 완전히 젖게 되어서, 씻고 다시 옷을 갈아입을 때는 건네준 속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갈아 입으라고 할 때 갈아 입을걸&hellip&hellip"하는 생각에 옷을 준 분에게 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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