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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31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8-02-27
  • 조회 11374

 훈련일기(고산)

동계생존훈련
 

우주인이 타고 지구로 돌아오게 되는 귀환모듈은 종 모양의 캡슐이다. 귀환 모듈에는 날개나 방향타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의 궤적을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이 되어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귀환 모듈은 무게 중심이 중심축에서 약간 벗어나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우주선을 축 중심으로 회전시키는 운동만으로도, 공기의 저항에 의해 우주선에 발생하는 양력의 크기와 방향을 제어하면서 우주선을 예정된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에 착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이런 모든 과정은 궤도 진입 시 입력하는 초기 데이터 값과 우주선 내부 컴퓨터의 계산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혹시라도 우주선의 계기에 이상이 생겨서 이와 같은 자동제어 능력을 상실하게 되거나, 우주선에 화재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하여 예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지구로 재진입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 혹은 우주선 발사 시에 로켓이나 우주선에 이상이 생겨서 긴급 탈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우주선이 전혀 엉뚱한 장소에 착륙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동계 생존 훈련은 위와 같은 긴급 착륙 상황에서 우주선이 산간 지역, 혹은 아주 추운 장소에 불시착했을 경우, 우주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실제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실제로 수년 전 로켓 발사 시에 비상 탈출 상황이 발생해서 우주선이 알타이의 산악지대에 불시착한 적도 있었다는 교관의 설명에, 훈련에 임하는 자세를 한 번 더 가다듬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언제나 큰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의학 검사와 심리 검사를 받는다. 이러한 검사는 우주인이 현재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적합한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훈련 후에도 똑같은 검사를 반복하여, 훈련 전후에 우주인의 정신과 신체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 그리고 과연 훈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 생존 훈련에는 한국에서 우주인의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을 전담하고 있는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소속의 안창호 소령이 한국 우주인의 주치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러시아 의료진과 함께 훈련 내내 우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었다.

의학검진과 심리 검사를 마치고, 훈련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훈련 교관이 이번 훈련의 목적과 진행절차를 간단히 설명하고 난 후에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훈련 상황이 주어졌다. 궤도 비행 도중 비상 상황이 발생한 우리 우주선은 지구로 긴급 귀환을 하게 되었고, 예정 착륙 지점과 전혀 다른 시베리아의 타이가 지역에 불시착하게 되었다. 우리의 임무는 지속적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면서 구조대와 교신을 시도하고, 매서운 시베리아의 추위로부터 자기 자신과 동료들을 보호하면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번에 나와 한 팀을 이루어 훈련을 받은 러시아 우주인 &lsquo알례그&rsquo와 &lsquo레나&rsquo는 사실 나와 거의 같은 시기에 우주인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에 훈련 동기생이나 다름없다. 내가 가가린 센터에 입소해서 우주인 훈련을 받기 시작할 무렵 러시아에서도 7명의 새로운 우주인 후보를 뽑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함께 우주인 훈련을 시작해서인지 이들에게는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진다. &lsquo알례그&rsquo는 러시아 공군에서 &lsquo수호이&rsquo 전투기를 몰던 파일럿이고, &lsquo레나&rsquo는 &lsquo에네르기아&rsquo라는 회사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재미있는 것은 &lsquo레나&rsquo의 남편도 같은 회사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재 스타시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우주인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에 우주인 가족이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

브리핑이 끝나고 바로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미 우주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곧장 숲 속에 미리 준비된 귀환 모듈 안으로 들어갔다. 실제 상황에서는 우주선에 구비되어 있는 무전기를 사용하게 되어 있지만, 훈련의 편의를 위해 워키토키 한대가 우리에게 주어졌고 귀환 모듈의 해치가 닫혔다. 잠시 후, 워키토키를 통해 훈련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상에 착륙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조대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ldquo여기는 마쩨릭 (우리 조의 콜 싸인), 여기는 마쩨릭, 긴급 착륙을 했습니다. 위치는 XXX, 승무원들의 건강은 양호합니다.&rdquo 구조대가 우리의 무전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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