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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24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7-11-07
  • 조회 10614

 

훈련일기 (이소연)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비록 훈련을 받기 위해 러시아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절 중 하나인 추석, 한가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연말에 아빠가 새 달력을 가지고 오시면, 벽에 걸려있던 달력을 떼서 새로 받은 교과서 책가위를 하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내년 명절 연휴는 언제이고, 얼마나 길까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새 달력을 받아보면 가장 먼저 들춰보는 곳은 설날 연휴와 추석 연휴인 것 같기도 합니다. 2007년 달력을 들춰보면서도 ‘이번 추석 연휴는 꽤 길겠구나&hellip&hellip’ 라고 내심 좋아했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추석을 러시아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추석선물 광고가 눈에 띄게 내걸린 대형마트, 그리고 실험실 선후배들과 열차표 및 버스표 예매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명절을 실감했을 텐데, 이곳 러시아에서는 간혹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들을 제외하고는 추석을 실감할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라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기념하고 싶은 생각에 미리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러시아, 아니 그중에서도 우주인 훈련센터인 이 곳 별의 도시의 여건상 한국 식자재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추석이 되기 몇 주 전부터 모스크바에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위의 대표적 음식인 송편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가루를 구할 수 있는지가 제일 큰 문제였습니다. 알고 지내는 몇몇 모스크바 한국인들을 통해서 물어본 결과 떡은 구입할 수 있어도 쌀가루는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인 교회를 통해 떡집 연락처를 알아내서 직접 연락을 드렸는데, 역시 쌀가루만은 팔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여러 외국인들과 송편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간곡히 부탁 드렸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주말 밤늦게까지 기다려서 모스크바에서 쌀가루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추석전 일요일, 송편 만들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송편을 찔 때면 온 집을 가득 채웠던 솔잎향은 풍성한 한가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었고, 이 곳 별의 도시는 여기저기 침엽수들이 많아서 솔잎을 구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되어서 솔잎을 따러 무작정 나갔었는데 의외로 힘들었습니다. 잎이 짧은 솔송나무가 대부분이고, 송편을 찔 때 넣는 긴 솔잎을 가진 소나무는 거의 없었습니다. 별의 도시를 산책할 때 다니던 길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서 결국 몇 그루를 발견했고, 솔잎도 결국 구해서, 송편을 만들 준비를 어느 정도 완료했습니다. 하얀 쌀가루도 힘들게 구했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모시송편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하얀 송편만 만들기는 아쉬워서 파프리카를 곱게 갈아 즙으로 반죽을 해서 노란 송편도 만들었습니다. 솔잎까지 준비했는데, 송편을 찔 찜기가 우주인 숙소에는 없었습니다, 결국 행주를 냄비에 끈으로 묶어서 간이 찜기까지 만들어서 송편을 완성했습니다. 같이 한국을 떠나와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고산씨와 나누고, 숙소 관리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도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날인 추석을 소개하고 송편을 나눠 먹었습니다.

매년 추석이면 가족이 모두 모여 송편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기쁨이었는데, 러시아에서도 송편을 여러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추석 바로 전날 밤 NASA 우주인들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는데, 남아있는 쌀가루를 반죽하고, 깨와 꿀로 만든 속을 가지고 NASA숙소로 향했습니다. 한국의 추수감사절인 추석에는 떨어져있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송편을 만들고, 또 같이 나눠먹는 전통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이렇게 같이 송편을 만들고 나눠먹었으니 우리는 가족이라고 이야기 했더니 다들 너무나 즐거워하고 기뻐했습니다. 처음 만드는 송편이라 다들 서투르긴 했지만, 직접 송편을 만들고, 한국의 추석을 체험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어느해 못지않은 풍성한 추석을 보낸 것 같은 뿌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러시아에도 휘영청 풍성한 한가위 보름달이 둥그러니 떠있었습니다.

마침 추석날에는 중간에 훈련이 없는 시간이 몇 시간 있었습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송편을 데우고, 또 러시아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고해서 추석과 송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러시아어로 쓰고 프린트해서, 우주인들이 중간 중간 쉬는 휴게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비록 엄마가 만든 것 같은 맛있는 송편도 아니었고, 또 배불리 먹을 만큼 많이 놓아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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