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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우주인 훈련일기(22편)

  • 부서명 관리자
  • 작성일 2007-10-24
  • 조회 10872

 

훈련일기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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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족이나 친구들과 “요즘 세상 참 좋아져서&hellip” 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면서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공기처럼 과학기술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생활을 참 편리하게 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야 했던 선비가 몇 날 며칠 산을 넘고 물을 건넜던 과거까지 거슬러 볼 필요도 없이 1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항상 지니고 다녀야 마음 편한 휴대전화가 그리 친근한 기기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학교 도서관에 없는 논문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이메일(e-Mail)로 논문을 받아 볼 수 있지만, 대학교에 다니던 97년도만 해도 도서관에 가서 책꽂이에 꽂힌 두꺼운 논문 제본 책을 찾아 꺼내 복사해서 읽었습니다. 정말 세상이 참 좋아진 것이죠.

언젠가 전화기를 붙잡고 앉아서 친구와 수다를 풀어놓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우리 어릴 땐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소식 한 줄 전하려면 전신전화국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겨우 한 줄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전보를 쳤었는데&hellip&hellip” 하고 이야기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언젠가 부모가 되어 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이 좋아진 것에 대해 실감하게 될지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기술발전의 빠른 속도를 생각해 볼 때 아마도 우리가 영화 속에서도 상상 못하는 일들이 수십 년 안에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두 시간 남짓의 회의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들여 여러 명이 한곳에 모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그리 신기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부모님은 컴퓨터 앞에 앉아 멀리 바다 건너 공부하러 갔을 때나 우주인 훈련 받으러 러시아에 온 지금도 딸과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지구 상의 먼 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우주도 이제는 더 이상 먼 곳이 아닙니다.

얼마 전 금요일 저녁 NASA 우주인 마이클 핀스크(Michael Fincke)의 초대로, NASA 우주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다 먹어갈 무렵 마이클이 저에게 “저녁 먹고 <<화상통화(Online-conference)>>를 할 건데 같이 하지 않을래?” 하고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화상 통화인지 잘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NASA 우주인과의 화상통화였습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다 같이 숙소 지하에 마련된 바(Bar)로 내려갔습니다. 지하 바에는 다 같이 영화도 즐기고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먼저 내려온 NASA 우주인 한 명이 모니터와 연결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모니터에 국제우주정거장으로부터 받은 영상과 이곳에서 우주로 보내는 영상이 나란히 떠 있었고, 공동으로 이용하는 마이크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 클레이튼 앤더슨(Clayton Anderson)과의 통화였는데, 아직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NASA 우주인이었습니다.

종종 NASA 우주인 숙소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과의 화상통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그날은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 회의가 아니라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 파견 나와 있는 여러 NASA 우주인 및 관계자들과 함께 안부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통화가 시작되자 NASA 우주인 페기(Peggy)를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염려되는 시스템에는 문제는 없는지, 최근 하는 임무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훈련받을 때 너 이거 잘 못하던데 지금은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장난 섞인 질문과 함께 러시아에 처음으로 훈련을 받으러 온 NASA 우주인들에게 클레이튼이 첫 시험에 대한 무용담을 풀어놓기 시작하자, 왠지 멀리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 저녁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 동안의 통화도 아니고 그 자리에 함께한 NASA 우주인들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동료와의 화상통화였지만,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 와서 훈련을 받으면서 영화 속에서나 상상하던 러시아, NASA 우주인을 만나 친구가 된 것만도 꿈만 같은 일인데,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주인과 직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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